우선 나는 학원을 등록하면 성실하게 잘 다니는 편인데, 학생도 아니고 시험을 위한 것도 아닌 터라 마땅한 코스를 찾기도 뻘쭘하고 공부 이외의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내 경우엔) 별로 좋지 않았다.
화상영어는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내 영어실력이 너무 저질이라 오히려 없던 자신감도 쪼그라드는 부작용을 맛봤다. 수업 전 서너시간씩 예습하고 수업 후에도 두시간씩 복습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지만 의외로 실력향상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한 뒤에 실력이 꽤 괜찮은 상황에서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일본어 공부할 때는 내가 독학에 제법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어지간한 열정과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있으면 모를까, 결국 작심삼일이기 일쑤고 너무 비효율적인 삽질을 다양하게 오래도 했다.
책으로 공부하기, 미드 대본 외우기, 영어 라디오 안들려도 계속 듣기 등...
그런 걸로 효과 봤다는 사람이 분명 있었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다.
폭주기관차 같은 열정을 가지고 계시거나,
완전히 공부에 질려버리고 싶다면 강추하는 방법이다.
용하다는 유명 온라인 강의 사이트도 웬만한 데는 한두 강의씩 들어봤다.
사실 유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터라, 강의 내용은 대부분 훌륭했다.
문제는 나란 놈인데.. 몸에 좋은 약도 떠먹어야 약이지, 온라인 강의를 완강하는 건 상 줘야 될 정도의 대단한 일이다. 나는 그 대단한 일을 잘 하지 못했다.
좋은 약을 다 흘리고 숟가락만 빨았더니 약효을 볼 턱이 있나.
그 뒤 이왕 중도포기할 거 돈이나 아끼자 하는 마음으로 EBS 무료강의 쪽을 기웃거리다 보니, EBS강의가 유명 어학원 못지않게 강의품질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늘 하던대로 작심삼일을 하려던 차에, EBSlang이라는 사이트의 50% 환급과정을 알게 되었다.
누굴 속이려고..
50% 환급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밑에 깨알같은 글씨로 절대로 환급받지 못할 조건을 촘촘하게 적어놓은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트집을 잡을 요량으로 강의정보를 자세히 알아봤다. 요즘 세상에 믿기 어렵게도 별다른 속임수는 없었다. 하루 한개의 강의를 듣고 한개의 과제 제출하기를 한달 가량 밀리지 않고 한 다음에 기간 내 기말고사에 응시하면 수강료의 절반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조건이었다. 포인트 나부랭이 아니고 현금으로.
어디 허튼수작만 부려봐라, 하고 잠복형사의 마음으로 강의 하나를 신청했다.
나는 작심삼일이 생활인 사람이지만, 남에게 보여지거나 약간의 동기부여가 있으면 꽤 성실한 편이다.
낯모르는 사람이 매일 과제검사를 해주고, 수강진도가 경험치 막대 올라가듯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면서 하루도 밀리지 않고 완강할 정도의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 평균점수 그래프를 통해 환급 떡밥을 물고도 완강하지 못한 동지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누구든 사정이 있고 개인차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끝까지 달린 동지들이 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
다시 말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완강하는 건 상 줘야 할 정도의 대단한 일이다.
그 상을 수업 제공한 측에서 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주더라.
수강료의 절반이 통장에 꽂혔다. 어떠한 속임수도 없이.
좋은 강의를 끝까지 듣게끔 채찍질해서 데려와 주신 데에 감사해서 오히려 내가 돈을 더 드리고 싶은 지경이었지만 환급이 동기부여의 일부인 만큼 날름 받아두기로 했다.
그리고 몇 강의를 더 들었다.
살면서 수많은 영어공부를 해봤지만, 영어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약간 발전을 하고 보니 나에게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한지를 보는 눈도 생겼고, 상당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
강의내용 자체도 믿고보는 EBS에 걸맞게 매우 훌륭하고, 수강료도 환급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다른 유명 온라인 강의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50% 환급코스는 마법 그 차제다. 적어도 나같은 놈은 100% 걸리는 마법.
한동안 다른 일을 하느라 영어공부를 좀 쉬었는데, 이번에 다른 강의를 또 신청했다.
이번에도 완강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고, 완강하는 이상 분명 의미있는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포스팅은 특정 사이트에 대한 찬양이 포함되어 있지만 어떠한 지원이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작성된 글임을 알립니다. = 알바 아님. 돈 내고 수업듣는 수강생임.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