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될 수 있는 모습 중 가장 고귀한 것과 가장 천박한 것이 마치 비슷한 것인 양 포장하여 나란히 선 모습을 보았다.
우리 안에 있는 천박하고 추악한 것들을 모아 그 중 가장 저열한 것을 뽑아서 예쁘장하게 포장한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었기에 그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슬펐다.
사람이 천박해 지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없다. 공부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제 편할 대로만 여기며 욕망을 휘두르며 살아가면 그만이다. 우리가 그랬고, 우리가 저 괴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고귀해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행을 겪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슬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지 짐작하는 것 만으로도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
일생을 바쳐 고귀한 가치를 추구해 온 그에게 저 추한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해서 미안하고,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염치없이 또 그의 어깨를 빌려야 하는 내가, 우리가, 이 부끄럽고 가난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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