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5

모든 소비는 투표다

모든 소비는 투표다.
내가 가진 돈, 돈이 가진 힘을 누구에게 주고 싶은가의 문제다.
여기서 돈의 액수는 생각보다 덜 중요하다. 그 거래에서 오가는 돈이 누구의 손에 있는가가 힘의 균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라면 한봉을 사든, 비싼 보석을 사든, 돈을 들고 있을 때는 내가 강자고, 구입했다가 환불이라도 받으러 다시 찾아가면 돈을 가진 판매자가 강자가 된다.

내가 소비를 통해 투표하는 방향은 대략 이렇다.
1. 일제와 독재에 부역하여 기득권을 잡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착취하는 부도덕한 대기업에 대한 불매
2. 시장지배적 기업이나 제품을 견제하여 작은 기업들 밀어주기
3. 물건을 만들기까지 직접 수고하고 기여한 사람이 중간에 빨대 꽂은 자본가보다 더 많은 돈을 갖게 하기
4. 친환경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상품 선택하기

좀 거창하게 써보긴 했는데 실천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다 같은 맥락이다. 우리 나라 경제구조에서는 간단하게 '대기업이냐 아니냐'로 구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아니냐' 쪽이다.

내가 실천하고 있거나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항목을 적어보자면, 참고로 아래 모든 항목의 앞에는 (되도록)이 들어간다.
ㄱ. 동네 상가들 이용하기. 프랜차이즈는 빼고.
ㄴ. 신용카드 대신 현금 쓰고 현금영수증 받기.
ㄷ. 1등보다는 2등 제품, 이왕이면 중소기업 제품 쓰기.
ㄹ. 생협 등 협동조합 이용하기.
ㅁ. 다른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위의 마이너한 제품들 리뷰 작성하기.
ㅂ. 소비를 최소화 하고 물건 오래 쓰기.

늘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아직은 위의 가치나 실천사항에 위배되는 소비를 할 때가 많다. 이런 소비을 하려면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일일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귀찮거나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천을 하다 보면 내가 옳은 일을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돼지같은 자본가에게 속지 않고,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동네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무엇보다 신상, 세일, 광고 따위의 허접한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쓰는 물건이나 내가 가는 가게를 좋아하게 된다.
이건, 정말 멋진 일이다.

이런 멋진 일이 더 많이 더 크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천박한 재벌들을 살찌워주기 위해 노동자, 소비자, 자영업자들이 모두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피를 빨리는 것,
어느 쪽에 투표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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